그토록 상쾌하던 햇살은 어디로 숨었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어두컴컴한 먹구름만이 자리를 차지해 비와 함께 천둥 번개가 내리쳤다. 핀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점점 습기로 무거워지는 공기를 느꼈다. 안경의 형체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히 부서져 바닥과 하나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앞을 조금이라도 더 깨끗하게 보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면 그 주위가 따가운 것이 어디 긁히기라도 한 것 같았다.
입은 공업용 테이프로 막혀 끙끙 거리는 것 외에는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어서 도움 요청도 할 수 없었다. 흐린 시야로 대충 봐도 여긴 버려진지 상당히 어느 오래된 낡은 창고 같았다. 이렇게 큰 창고 주위에 누가 살 일도 없을 것이다. 장시간 팔을 뒤로한 채 묶여 앉아 있으니 온몸이 고통스러웠다. 조금만 자세가 흐트러져도 묶인 손이 방해를 해 팔이 당기고 그로 인해 허리도 아파지니 이건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문이 된 셈이었다. 맞춤형 고문 방법이라도 개발해 낸 것 같았다. 고작 앉혀놓는 것만으로 안절부절하게 만들었고 딱딱한 의자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 무어라 떠들어 대는 소리가 들렸다. 러시아어였다. 언젠가 관련이 있었던 조직들이 떠올랐지만 확신은 없었다. 관련 없는 조직들을 찾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를 일이지만 핀치는 도대체 자신이 무슨 이유로 여기에 앉아있는지 알 수 없었다. 여기저기 헤지고 젖은 옷은 추위를 가져왔다. 이번엔 고용인이 제때를 못 맞추는 것 같았다.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를 탓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에게 전부를 말하지 않은 제 책임이었다.
“준비됐나? 그럼 시작해.”
어떤 말이 끝나자마자 여러 명의 발걸음 소리가 바닥을 울렸다. 핀치는 점점 다가오는 발소리에 몸이 더 크게 떨렸다. 긴장감에 온몸이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호흡은 더욱 거칠어졌다. 거친 손길이 어깨를 우악스럽게 잡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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