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샤2/대영택수] 오늘도 택수는 애교가 넘칩니다.

개무 2017. 2. 19. 15:12

 

 

 

 

 

 택수는 고개를 땅에 처박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대영의 뒤에 몰래 다가가 어깨에 턱을 괴며 소리쳤다.

 

 “야! 뭐하냐!”

 “으아악!!!”

 

 거의 발작을 일으키다시피 한 대영이 팔을 허우적대며 뒤로 돌자 휴대폰을 쥔 손에 턱을 맞은 택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볼을 감싼 채 고꾸라졌다.

 

 “으억!”

 “놀랬잖아! 그러게 누가 그러랬어? 참나….”

 

 엄살 피우겠거니 생각한 대영은 짜증을 내며 구시렁댔지만 예상 외로 아파하는 택수를 보고 대영은 당황했다.

 

 “아으….”

 “뭐야, 진짜 아파? 괜찮아?”

 

 입을 한 손으로 틀어막고 비척대며 일어나는 택수를 부축한 대영은 입을 막던 손에 핏물을 뱉는 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 피!!!”

 “하이씨! 너 진짜 너무하다! 어떻게 형한테 주먹을 날리냐?”

 

 곧게 뻗은 택수의 손가락이 피로 물들자 대영은 얼른 화장실로 데려갔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아, 정말 왜 턱을 거기다-”

 “지금 나한테 짜증 내냐?”

 “아니, 그게 아니고…….”

 

 약한 목감기에 걸린 상태였던 택수가 작게 기침을 하자 새하얀 세면대에 침과 함께 피가 분사되어 퍼졌다. 점점이 퍼진 미세한 붉은 자국들을 보던 택수는 곧 웃기 시작했다.

 

 “읗흐흫흐흐….”

 “…뭐야? 왜 웃어?”

 

 이 형이 머리라도 부딪혔나 싶어 점점 심장이 쿵쾅거리려던 찰나, 온 이를 붉은 피로 물들인 채 이상하게 웃는 택수의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마주친 눈은 눈시울이 약간 붉게 물들어 우는 것처럼 보였다.

 

 “나 무섭지. 으흐흐흫!”

 “아씨!! 장난치는 거 보니까 별거 아니구만?”

 “진짜 아퍼~”

 “아이고~ 알았어요~”

 

 택수가 다시 씻기 시작하면서 붉은 물이 흘러내려가며 생긴 작은 소용돌이를 보다 약이라도 사다줘? 하는 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거울을 통해 쳐다보는 택수에게 다시 물었다.

 

 “뭐? 뭐 사줄까? 알보칠?”

 “…어? 아니, 됐어…. 괜찮은 거 같다, 야!”

 

 갑자기 멀쩡한 척 입안을 헹구고 휴지를 잔뜩 챙겨 빠른 발걸음으로 화장실을 나서는 택수를 따라가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피를 질질 흘리는데. 알보칠 사면 되는 거 아냐?”

 

 대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걸어가던 택수가 우뚝 멈춰 서서 말했다.

 

 “미쳤냐? 진짜 나 죽일라구 그래? 그리고 그거 이런데 쓰는 거 아냐, 인마~”

 “알고 있네.”

 

 진심으로 짜증이 가득한 얼굴을 보자 미안했던 대영은 형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며 말했다.

 

 “미안해, 형. 내가 오늘 점심 사줄게. 어때?”

 

 택수는 혀로 상처 부위를 살피는지 왼쪽 볼을 불룩이며 웅얼거렸다.

 

 “어우, 나 못 먹을 거 같은데….”

 

 웬만하면 거절하는 법이 없는 사람이 거절을 하자 그제야 엄살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손에 한 움큼 쥔 휴지에 다시 붉은 침을 뱉는 걸 보니 만만한 상처는 아닌 것 같아 며칠 정도는 잘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직도 피 나? 많이 아파? 그럼 마실 건 괜찮겠어?”

 

 눈알을 도록도록 굴리며 잠시 생각하던 택수가 힘없는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또 안쓰러웠던 대영은 인심 쓰는 척 한마디 했다.

 

 “그럼 배고플 때마다 말해. 내가 마실 거라도 사줄게.”

 “진짜? 뻥치는 거 아니지?”

 “이 사람이 속고만 사셨나. 진짜야.”

 

 대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택수는 휴대폰을 조작하며 말했다.

 

 “녹음했네~ 너 이제 빼도 박도 못 하네~”

 

 신난 목소리로 아까부터 주물럭거리던 휴대폰을 가리키며 놀리는 택수를 보자 어이가 없었다.

 

 “뭘 또 녹음까지 하고 그래?”

 

 그는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는 듯 씩 웃으며 말했다.

 

 “내가 전직 형사 아니냐~ 이런 건 기본이지, 안 그래?”

 “안 그랬으면 싶다! 나가기나 하자.”

 “구랭~ 비싼 거 먹어야지~”

 

 옆에 붙어 팔짱을 낀 채 펄쩍대는 남자가 정말 왜 이럴까 싶다가도 그런 형의 모습마저 귀엽게 보이니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형, 나 잠시….”

 “뭐? 어디가게?”

 “요 앞에 잠깐 갔다 올게. 잠깐.”

 

 택수가 다급한 얼굴로 대영의 옷깃을 붙잡았다.

 

 “돈은 주고 가!”

 “자! 됐지!”

 

 택수는 금세 실실 웃는 낯으로 다정하게 말했다.

 

 “어 그래~ 우리 대영이~ 빨리 갔다 와야 돼~”

 

 대영은 멀뚱멀뚱 서서 줄을 기다리는 형을 뒤로하고 서둘러 가까운 약국으로 갔다. 목감기약과 입안 상처용 연고를 하나를 사서 다시 카페로 돌아가니 벌써 주문한 음료가 나왔는지 빨대를 쪽쪽 빨고 있는 게 보였다.

 

 “진짜 빨리 왔네? 뭐야?”

 

 손에 든 약을 본 택수가 물었다,

 

 “목감기약이네? 감기 걸렸어?”

 

 어쩔 때 보면 참 눈치가 없다 싶다가도 다시 생각해보면 귀신같이 타이밍에 맞춰 녹음을 하는 소름 끼치는 짓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대체로 늘 눈치가 없는 편이긴 했다.

 

 “형 거. 감기 걸렸잖아. 이건 연고.”

 “대영아. 형이 생각해봤는데 너 진짜….”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여는 택수를 보니 속내를 들키기라도 한 것 같아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나 좋아하는구나! 짜식! 형이 그렇게 좋냐? 내가 자주 놀아줄게! 좋지?”

 “형, 그냥 마시던 거나 계속 마셔.”

 “야, 그래도 진짜 나 챙겨주는 건 너밖에 없다. 마누라는 나 감기 걸린 것도 모르는데….”

 

 풀이 죽어 안쓰러운 모습에 마음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대영은 몰래 한숨을 쉬며 택수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야, 그냥 우리 같이 살래? 나 이혼할게!”

 

 택수가 슬그머니 손을 뻗어 탁자 위에 있는 대영의 손을 꾹 쥐었다. 귀찮은 투로 왜 이래 또 라고 말하며 손을 빼내자 이내 택수는 으헣헣허 하고 바보 같은 웃음소리를 내고는 차가운 카라멜 마끼아또를 신나게 쭉 빨아당겼다. 그 모습을 보며 대영은 잠깐이지만 붙잡혔던 손이 뜨끈하게 달아오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