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선우철민] 손이...

개무 2017. 2. 19. 12:53

 

 

 

 

 

 “단추나 좀 잠궈주시죠?”

 “뭐?”

 “정 해주실 거 없으면 단추나 잠궈주세요. 보시다시피 손이 이래서.”

 

 선우는 밴드를 붙인 손바닥을 들어 흔들어 보이며 툭 내뱉은 목소리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당당해서 듣는 철민을 짜증나게 했다. 약이 올라 정강이를 찼지만 젊은 남자는 사뿐히 피해버렸다.

 

 “이 자식이!”

 “이거 봐, 이거!”

 

 

*

 

 

 “제가 해요. 농담이었는데?”

 “고개 쳐들어, 이 새끼야.”

 

 단추를 채우는 과정에 의도치 않은 접촉이 일었다. 맨살에 철민의 손이 살짝씩 닿자 선우는 아래에 서서히 피가 쏠리는 느낌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멀쩡한 왼손으로 철민의 허리를 확 끌어당겼다.

 

 “엇-”

 “부장님 오늘 너무…섹시한데요….”

 “어~ 그래?”

 

 철민은 능청스럽게 대답하며 선우의 카라 깃을 정리해주다 그대로 잡아채 제 쪽으로 끌어당겨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됐냐.”

 

 선우는 씩 웃으며 철민을 거울 앞 선반에 앉혀 제대로 키스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눈높이가 맞은 철민이 한쪽 팔을 들어 상대의 목덜미를 둘러 안았다. 지탱하고 있던 손을 옆으로 움직이자 봉투가 하나 만져졌다. 선우의 등 뒤로 들어보니 새하얀 약 봉투였다. 철민이 인상을 찌푸리며 얼굴을 뒤로 빼자 선우는 의아한 얼굴로 마주했다.

 

 “너 또 약 처먹었냐?”

 “아… 네, 뭐….”

 

 선우는 한숨을 쉬었다. 철민이 갑자기 들어오는 바람에 미처 숨기지 못했던 것이다. 철민은 걱정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너 그러다 큰 병 된다. 병원 가봐. 뇌종양이 남들 이야기가 아니에요. 조심해야지.”

 “제가 걸려봐서 아는데 뇌종양 아니에요.”

 “뭔 말이야? 네가 언제?” 철민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

 “기억력이 안 좋으신가 봐요?” 선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뭐?”

 

 마주 본 철민의 눈이 의아함을 띄었지만 답해줄 순 없었다. 대답 대신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철민은 또 밑도 끝도 없는 농담인 줄 알 것이다.

 

 “하여튼 이 새끼는….”

 

 철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선우를 밀쳐내고는 문 쪽으로 걸어 나가려다 다시 뒤돌아 선우를 보았다.

 

 “…검사해 봐, 혹시 모르잖아.”

 “알았어요.”

 

 닫힌 문에서 고개를 돌려 휴대폰 속 친구의 이름을 검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