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네] Peaceful Life 3
지겨운 점술 시간은 여느 때와 똑같았다. 늘 피워두는 향 때문에 공기는 탁했고 거기다 커튼까지 쳐 놓아 교실 안은 열기로 가득했다. 해리는 숨이 턱턱 막혔다. 또 트릴로니 교수는 해리가 잔혹하게 죽을 것이고 조만간 큰일을 당하게 될 거라느니 하는 저주에 가까운 헛소리를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하지만 해리는 완전히 무시하기로 결심했다. 그의 무심한 반응에 트릴로니는 툴툴거리며 자신의 말에 원하는 반응을 해주는 친절한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수업 내내 해리는 기회를 살피며 틈만 나면 시리우스에게 쓸 편지를 계속 적었고, 가끔 론이 옆에서 뭐하냐고 물어보았지만 그 때 마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둘러댔다. 점술 수업이 끝날 때 쯤엔 시리우스에게 보낼 편지를 완성할 수 있었다. 해리와 론은 점술 수업 이후엔 더 이상 수업이 없었으므로 저녁 연회 전까진 기숙사로 올라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해리는 따로 해야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점술 교실에 뭘 놔두고 왔다며 론에게 먼저 가라고 했다. 해리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척 하며 론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곧 론은 모퉁이를 돌아 완전히 모습을 감췄고 해리는 부리나케 부엉이 탑으로 달려갔다.
탑에 들어서자 헤드위그가 잽싸게 날아와 자랑스레 다리 한 쪽을 내밀었다. 하지만 해리는 호그와트의 부엉이 중 하나를 붙잡았다.
“헤드위그, 미안하지만 넌 갈 수 없어. 너무 눈에 띈단 말이야.” 해리가 말했다.
날아와서 기쁘게 울고 있던 헤드위그는 해리의 손가락을 콱 물고는 높이 도망쳐버렸다. 해리는 편지를 보내기 전에 비밀스럽지만 의도가 정확히 담겨 있는지 다시 확인했다.
친애하는 스누플즈
잘 지내시죠? 전 그냥 그래요.
오늘도 얄미운 스네이프가 절 나머지 수업을 시켰어요.
스네이프가 그렇게 시비만 안 걸어도 전 분명히 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매 시간마다 쪼아대니 누군들 잘 만들겠어요?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아직까지도 모르겠어요.
또 시작됐어요.
곧 볼 수 있을까요? 답장 주세요.
해리가
몰래 썼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며 부엉이의 다리에 편지를 잘 묶었다.
“꼭 답장 받아서 와야 해.”
해리는 부엉이를 날린 뒤 얼른 연회장으로 달려갔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다간 친구들이 의심할게 뻔했다. 얼른 연회장으로 달려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친구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 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한참 먹는 도중 힐끔힐끔 해리를 쳐다보던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해리. 뭐하고 온 거야?” 그녀는 해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더 이상은 친구들에게 감출 수 없었던 해리는 오늘 하루를 자세히 말해주었고 방금 시리우스에게 편지를 보내고 오는 길이라고 말해주었다.
“뭐?”
“뭐라고?” 두 명이 동시에 소리쳤다.
“해리! 얼른 교장선생님께 말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해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교장선생님이 안계시잖아. 돌아오시면 말 할 거야.”
헤르미온느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을 묵묵히 식사하던 중에 중얼거리듯이 론이 말했다.
“그 남자는 누굴까…?”
“누구?” 해리가 물었다.
“네 꿈에 나온 그 남자 말이야! 고문당한 남자!” 론이 곧장 대답했다.
해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단지 아는 사람인 것 같은 것만 어렴풋이 느끼고 있을 뿐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글쎄, 나도 지금까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전혀 모르겠어. 아는 사람인 것 같긴 한데…….”
“아는 사람이라고? 누구? 말포이네 아빠일까?” 론이 말했다.
“그건…….”
해리는 확신 하지 못했지만 그냥 루시우스 말포이가 아닌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냐.”
“그런데 아는 사람이라는 건 어떻게 안다는 거야?" 헤르미온느가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도 몰라. 그냥 그렇다는 확신이 들어…….”
해리는 친구들에게 그 남자가 스네이프 같다고 말을 할지 말지 고민했지만 잔소리를 들을게 뻔했기 때문에 입을 닫기로 했다.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친구들은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하지만 해리는 여전히 고민에 휩싸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잠시 후 식사 시간은 끝이 났고 세 명은 기숙사 휴게실로 올라갔다. 그들은 거의 지정석이 된 난롯가 앞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해리는 오늘따라 왠지 피곤하다고 생각했다.
“너희들 숙제는 다했니?” 헤르미온느가 불쑥 물었다.
“숙제? 숙제라니? 무슨 숙제?” 론은 당황해하며 물었다.
“내일 마법의 역사 수업 때 보고서 내는 거 있잖아! 또 까먹었구나?” 헤르미온느는 지긋지긋 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 멀린이시여!”
두 명이 동시에 소리쳤다. 하지만 상상이상으로 경악한 해리의 표정을 보고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해리, 왜 그래? 흉터가 아프니? 아니면….” 헤르미온느는 작게 한 숨을 쉬었다. “숙제 안 한 거라면 조금은 보여줄게…….” 그 말을 하는 그녀는 자신 없는 목소리였다.
“그것 때문이 아냐! 나 오늘 스네이프랑 나머지 수업이 있는 걸 까먹고 있었어!” 해리가 소리쳤다.
“너 미쳤니? 그걸 까먹으면 어떻게 해!”
“그러는 너는!”
해리는 도리어 친구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맞는 말만 골라서 하는 헤르미온느의 성격 상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바보야! 그건 네 일이잖아!”
해리는 그럴 시간이 없다는 듯 시계를 보았고 시간은 7시 1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지금 당장 달려가서 비밀 통로를 이용한다면 10분 안에는 도착할 것이다. 해리는 서둘러 자신의 지도를 챙겨왔다. 그는 곧장 초상화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엄청난 속도로 스네이프의 지하 감옥까지 달음박질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