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무강광견 블랙광견] 상사병

개무 2018. 2. 14. 11:20

 

 

 

 

 

 “여기가 왜 이렇게 답답하지?”

 “어떻게 답답한가?”

 “아무 이유도 없이 그 사람이 계속 생각나고 그러면 여기가 뻐근해서 답답하고 짜증 나.”

 

 블랙은 제 심장 부근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혹시 상사병이라고 아나?”

 “내가 들어가 있는데 어떻게 병이 걸려?”

 

 007은 멍청한 눈을 한 444를 위아래로 한심하다는 듯 훑어보았다.

 

 “자네가 이렇게 쩔쩔매는 꼴을 보아하니 딱 생각나더라고. 상대를 좋아하는 거야.”

 “그런 하찮은 인간의 감정 따위를 내가?”

 “말했지 않나. 그 인간의 몸에 익숙해져 가는 거라고.”

 “빌어먹을! 왜 하필 그런 늙고 나약하고 쓸모없는 인간을 좋아하는 거지?”

 “글쎄- 몸 주인의 취향이 그러할지도… 아니면 444 자네의…?”

 “내가 취향이란 게 있을 것 같아?”

 

 007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튼, 어떻게 해야 나을 수 있어?”

 “낫다니?”

 “병이라며?”

 

 아이고-- 하고 곡소리를 낸 007은 아주 쉽게 풀어 설명했다. 블랙은 그 말을 듣고 그런 비위생적인 짓을 어떻게 하냐며 궁시렁댔지만 나을 수도 있다는 말에 곧장 그 사람을 찾아갔다.

 

 “미친개!”

 “저 새끼 저거 또 시작이네!”

 

 복도 끝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무강을 목소리에 한쪽 양말을 벗어 안대처럼 눈 위에 올려두고 자고 있던 광견은 대꾸도 하지 않고 계속 자는 척을 했다. 문이 벌컥 열리고 곧장 걸어오는 발소리는 바로 옆에서 멈춰 섰다. 그러나 무강이 어깨를 두드려도 미친개는 요지부동이었다.

 

 “이봐, 미친개. 죽은 것도 아니면서 왜 못 듣는 거야?”

 

 몸을 마구 흔들어대자 소리를 지르며 일어난 광견이 서 있는 남자를 노려봤다.

 

 “왜, 이 새끼야!!”

 “상사병이 뭔지 아나?”

 “갑자기 뭔 개소리야?”

 “몰라? 미개한 인간. 아는 게 아무것도 없군.”

 “미쳤냐?”

 

 짜증이 가득한 얼굴의 남자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이 모든 상황이 블랙도 이해가 안 되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나 안 미쳤으니까 이제 그건 그만 물어봐. 아니라고 대답하기도 귀찮으니까. 그리고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으니 움직이지 말고.”

 

 블랙은 한 손을 들어 피곤함에 절어 이젠 눅눅해 보이는 것 같은 남자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뻣뻣이 굳어오는 근육이 손바닥 아래로 느껴졌다.

 

 “억- 뭐 하는 거야?”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얼굴을 피해 물러서려는 듯 꿈틀댔다. 그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블랙은 벗어나려는 몸을 붙잡기 위해 남은 한 손으로 손쉽게 상대의 허리를 감싸 제 쪽으로 확 당겼다. 블랙은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며 입술을 부딪혔다.

 

 “으으읍!!!”

 

 몸부림치는 남자를 꽉 껴안았다. 아랫도리가 근질거리는 것은 희안한 감각이었다. 그의 입안은 치약 맛이 났다.

 

 “이를 닦았나 보군.”

 “무강아… 왜 그래 무섭게….”

 “무섭다고?”

 

 품 안에 있는 나이 든 남자의 눈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매우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진짜 미친 거야…?”

 

 광견은 맞닿은 아래에서 상대의 것이 점점 자기주장을 펼치는 기세를 느끼고 오히려 움츠러들었다. 두 손은 자연스레 블랙의 몸을 밀어내고 있었지만 강하지 않은 힘이었다. 블랙은 품 안에 있는 작은 남자가 겁에 질린 것을 보고 의아했지만 무언가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그에게서 벗어났다.

 

 “흠, 확실히 효과가 있군.”

 

 심장이 조금 미친 듯이 뛰었지만 갑갑한 것은 어느 정도 사라져 마음이 가뿐했다. 이제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일어나면 똑같이 해결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아래쪽이 문제였다.

 

 “근데 이건 왜 이러는 거지? 알면 좀 알려줘.”

 

 블랙이 제 부푼 아랫도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아까와는 다르게 광견이 쌍욕을 하며 책상에 있는 모든 걸 냅다 집어던지는 통에 블랙은 사무실에서 도망치듯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